(주의) 저는 예술 감수성 1도 없는 메마른 사람이기에, 자칫 사람에 따라 제 글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어쩌다
교수님이 전시회 하나 다녀오라고 하셔서 갔습니다. 체험형 전시회나 유료 전시회는 제하고, 가장 무난한 그림 전시회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박수근 작가님 이름 때문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뭔가 느껴지지 않을까 하고 나름의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서울 구경하니까 좋았습니다.)
작가 인터뷰
저는 그냥 제 스캐쥴 맞춰서 갔는데, 마침 엄선미 관장님이 진행하시는 작가님 인터뷰가 진행 중이더군요. 그래서 함께 들었습니다. 아래 인터뷰 내용을 간략하게 그리고 아주 약간 저의 정리도 함께 정리해 놓았습니다. 제 정리도 함께 적은 이유는... 작가님 답변이 장황하고 중간에 주제가 막 바뀌어서 그리 하였습니다. 결론은 작가님이 의도하신 뜻이 아닐 수 있으니 인용하면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 엄선미 관장님: 자연을 중심으로 작품세계를 설정하고, 아키비스트? 자상함? 같은 박수근 작가님과 비슷한 면모가 있어서 수상한 것 같다. 마을단위, 관계 맺기, 공동체 정신이 예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공주 근처 작은 원골 마을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던 박수근 작가와 같다.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철학과 태도와 작품이 일치되는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 화풍(야투)을 고집하는 이유는?
- 임동식 작가님: 대학교 때는 피지컬에 집중을 했고, 그 당시 추상 미술의 영향을 받아서 그리기도 했고, 월남 다녀오고 난 뒤 설치 미술도 하였다. 청년 시절에 흔히 느끼는 강박관념을 느끼기도 함. 그것들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을 만들고 출품하기도 하였다. (야투가 내 그림 인생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 변화해왔고, 나의 마음이 표현되었을 뿐이다.
- 작품 활동을 할 동안 개인적인 혹은 작품적인 우여곡절이 많았을 텐데 그를 어떻게 극복하였느냐?
- 임동식 작가님: 내 작품은 가장 평범한 자연스러운 것을 옮기는 것인데, 자유 미술(야외, 설치)을 캔버스로 옮길 때 정말 어려웠다. 그때 우평남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가 나를 실내에서 밖으로 데리고 나오고 새로운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기동력이 생겼다. 일단은 친구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잘 몰랐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설치미술은 비교적 쉽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은 작가가 느끼기에 엄청 어렵고 고매한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싫어질 정도로 힘든 적도 있다고 한다. (컨디션도 들쭉날쭉) 다시 그리기를 통해서 그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손끝으로 나타내는 것 이기 때문에 그렇다. 오로지 예술에 대한 열정과 미련함으로 극복을 했다.
작품 리뷰
개인적으로 임동식 작가님의 그림을 분류해보면 3가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 중심 그림, 사람 중심 그림, 친구(아마도 우평남 화백)가 권유한 그림. 이에 따라 느끼는 바도 얼추 비슷했으니 작품 감상평도 그리 나눠서 남기겠습니다.
- 자연 중심 그림
꿈속의 장면을 그린 느낌을 받았다. 바람이나 비 같은 흐름을 희끗희끗한 선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였고, 사람의 모습은 희미하고 뭉개지고 나신이며, 자연의 모습은 선명하고 섬세하다. 방금 언급 한 희끗한 선이 작품 전체를 뒤덮고 있고, 어느 작품은 굉장히 규칙 적이기도 하다. 자칫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표현 때문에 내가 작품 속에 서있는 현장감을 느끼게 해 준다. 위압감이나 탄성을 자아내는 광대한 모습이 아니라, 군대 초소 앞에 있는 갈대밭처럼 어디서 나 볼 수 있는 장소를 그린 탓인지 더더욱 그렇다.
- 친구가 권유한 그림
기억 속 그림을 그린 느낌이다. (참고로 저는 기억보다 꿈이 자세합니다.) 그리고 순간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강렬한 느낌도 준다. 흐름이나 동세, 색감을 중심으로 그려서 그런지 사실 묘사와는 자연 중심 그림과 비교하여 거리가 멀다. 그리고 감정을 많이 담은 듯 보인다. 어떤 그림은 아예 뿌옇고, 어떤 그림은 강렬합니다.
- 사람이 중심인 그림
작가님이 사람을 잘 못 그린다. 그냥 별로 였다. 아마 내 마음이 원인 일 수도...
마무리(?)
임동식 작가님, 엄선미 관장님, 방문객 분들, 관리자분을 보며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제 성격 탓인지 아니면 상황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미술 작품을 보고 연구하고, 감상을 나누고, 의식의 영역을 넓이는 이런 고상한 취미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게임이나 운동 같은 말초적인 재미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갤러리 관리자 분이 예쁘셔서, 그분 앞에서 간지 나게 그림 구매하는 상상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종종 갈만 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 그림을 놓을 수 있는 공간과 구매할 수 있는 돈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 인터뷰 글이 제 감상문 보다 길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 겁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추가+)
2021-09-07 배혜정 교수님 曰 "그림을 살 생각으로 작품을 보면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임동식 작가님 작품은 (적어도 해당 전시회에서는) 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